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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by 김 영하 산문

2020. 4. 15. 21:44책읽은후 글쓰기(books)

여행의 이유 by 김 영하 산문

소설가 김영하는 글쓰기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여행에 관한 9가지 주제로 글을 쓴 것이다.  그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골라보았다.

 

1. 추방과 멀미

저자는 2015년 어느 날,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 편도 티켓을 사고 있다.

경험이 있는 여행자라면 절대 공항에서 티켓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황당하게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방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갑에는 위안화 현금이 있었지만 나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로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은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영역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 p.10 )

나는 저 부분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깔깔대며 웃었다.

김영하 작가는 매우 진지해 보이는데 은근히 저 표현은 너무 웃겼다.

 

저자는 아마도 추방의 이유가 책의 내용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국심사대에 줄을 선 한국인들은 손에 하얀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 종이는 모예요?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 비자!!

그는 비자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 16 )

추방자가 되어 공항에 앉아있는 경험은 소설가로서 이야기 소재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고심하지 않는다.

맛있으면 좋고 실패하면 글로 쓰면 된다.

보통 메뉴 맨 위는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들이다.

아래로 갈수록 담대함이 요구되는 요리들이 등장한다. 하하하. 담대함이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예를 들어 비둘기 고기(이집트), 잉어 부리(중국) 같은 요리들이다.

 

그렇다면 여행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집을 떠나지만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한다.

대신에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얻고 , 그로 인해 인생의 길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당장은 알지 못한다.

 

예전의 여행이라는 의미는 노동과 수고, 고통의 의미가 있었다.

집을 떠나 타향을 떠도는 것은 불행한 운명으로 여겼다.

그때는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순례자들은 험난하고 고생스러웠다.

 

가끔 환상으로 떠난 여행에서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는 우리가 생각할 때 낭만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환상을 가진다.

막상 도착했을 때 쌀쌀맞은 점원들, 개똥을 치우지 않는 주인들,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먼저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런 경우 여행 경험이 없는 이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반면에 풍부한 경험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고정관념을 수정할 수 있다.

 

저자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

대학시절 재벌회사의 후원으로 그 당시 가기 힘든 중국 여행을 다른 학생들과 가게 되었다.

그는 그 당시 중국의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마침 투어 중에 베이징 대학교가 일정에 있어 캠퍼스를 둘러보았다.

일행에서 빠져나와 호기심에 학생을 붙잡고 기숙사 방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방에 들어갔을 때 벽에는 미국 지도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의 꿈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저자가 생각했던 모든 인민이 평등하게 살며 억압과 착취가 없는 나라가 아니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개발독재국가였던 것이다.

 

2.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저자는 <알뜰 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다녀온 그 도시의 부분은 극히 일부였다.

과연 그 도시를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세기 이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달픈 여행은 아랫사람을 시키고 지체가 높은 이들은 모험을 삼가였다.

마치 금강산 유람을 떠난 조선시대 양반이 높은 봉우리는 하인을 시켜 다녀오게 한 것과 다르지 않다.

 

<알뜰 신잡>은 탈여행이다.

탈여행은 믿을만한 정보원을 시켜 여행을 대신하게 한다.

스스로 했을 때는 놓칠 수 있는 것을 타인을 통해 점검한다.

시청자는 영국의 귀족이나 조선시대 양반들처럼 출연자들을 어떤 도시에 보낸 후 제작진으로 하여금 기록, 편집하게 한 후

여행의 정수만을 경험하면 된다.

 

내가 직접 실행한 진짜 여행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가 내발로만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3.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1968년 12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았다. 

아폴로 8호였다.

지구라는 행성이 달 표면에 떠오르는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다음날 뉴욕타임스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객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왔다가 떠나는 존재일 뿐이다." (P. 136 )라는 글이 올라왔다.

 

낯선 도시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타지에서 환대는 드물다.

그러나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와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주었다.

이런 환대는 그럼 어떻게 갚아야 하나?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게 갚는 것이다.

 

4. 노바디의 여행

여행지에서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현지인과 여행자 사이에는 예의 바른 무관심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달라진 정체성에 적응하라. 자기를 낮추고 노바디(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될 때 위험을 피하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남의 땅에서 우리의 힘은 약해진다.

타지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정말로 큰 교훈이 되는 말이다.

 

"가끔은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날 선 말로 감정을 다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함께 어딘가로 향해 걸어가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느낌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었던 이들,

이들이 없었더라면 여행은 그저 지루한 고역에 불과했을 것이다." ( p. 213 )

 

나에게 언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이냐고 물어본다면 , 우리 가족들과 엄마 70세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태국여행을 했던 때가 생각난다.

엄마는 처음 해외여행을 가셨다. 너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가끔은 먹는 것, 메뉴 선정, 나는 걸을래, 누구는 택시 타고 싶어,

나는 수상시장을 가고 싶어, 나는 거기는 무서워서 싫어 등등등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했다.

거기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해 서로 날 선 말로 감정을 다치게 하기도 했다.

그래도 함께 전통시장을 걸으며 기념품을 샀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 안에 있는 조그만 발마사지 샾에 갔다.

모두들 누워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발 마사지를 받는 기분은 정말 끝내줬다. 

함께 태국 사원을 구경했다.

맛있는 팟타이를 매일 질리도록 먹자던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함께가 아니었다면 뙤약볕에 더운 태국 사원은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고역이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저자가 말했듯이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다들 해외여행 경험들이 많지 않다 보니 모두들 서툴렀던 것이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피곤했다. 우리는 의욕만 앞섰지 어떻게 하는 것이 원만하게 여행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다음 가족여행을 다시 간다면 더 즐겁게 다녀올 것 같다.